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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과목 이야기: 미시경제학(MGEC)  -  2008/07/03 01:54

MBA 과목 이야기: 미시경제학(MGEC)
첫 쿼터 기말 고사를 하루 앞둔 10월 22일 오후 2시 간호대학 대강당. 미시경제학 교수 네 명이 즐거운 표정으로 4백여 예비 MBA들 앞에 섰다. 늦게 들어온 50여명은 계단에, 칠판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정규 수업이 아닌데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교수들은 모두 청바지 차림이었다. 열살 짜리 아들을 데리고 온 교수도 있었다.


A교수가 앞으로 나왔다. 시끌벅적 시장통 같던 강당안엔 순간 정막이 감돌았다.
"두 회사가 동시에 물량 경쟁을 벌이는 쿠르노 상황입니다.


우선 알파사의 반응함수(reaction function)을 구해야지요. 자, 주어진 식이 Q(물량)=1,250 - 0.5P(가격)이라면 P=2500 - 2Q로 바뀌지요. 알파사의 총판매(TR)는 P 곱하기 Q니까 TR=(2,500-2Q)*Q이 되고....."

이어 한 회사가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first mover) 경우와 가격선도업체(price leader)가 되는 예 등 세 문제를 각 15분씩 45분에 걸쳐 풀고 A교수는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아들을 데리고 온 B교수가 맡은 파트는 게임이론이었다.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문제들을 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지 모르겠다"며 칠판 가득이 도표를 그려나갔다. 10분도 걸리지 않아 세 문제를 풀고는 "그렇죠, 너무 쉽지요?"라며 그가 웃을 때 한 학생의 질문이 웃음바다를 이어갔다. "처음부터 한 번만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다음 C 교수는 보험료 산정문제와 기대수익 예측문제, 경매 등을 다뤘다. 그가 카지노 수익률로 단순화한 문제풀이 방식은 탁견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그에게 가장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4번타자로 나선 노교수는 특유의 느릿느릿한 어조와 시니컬한 설명 방식이 이채롭게 느껴졌지만 시험을 하루 앞둔 `성공주의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개성이 다른 교수들의 문제 풀이 한 마당. 3시간 짜리 이 이벤트는 다름 아닌 `리뷰 세션(Riview Session). 학기말 고사를 앞두고 가진 문제풀이 겸 총정리 시간이었다. 이 리뷰 세션은 출석 체크가 없는 옵셔널(optional) 한 강의다. 그러나 경제학에 아주 자신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강의를 들으러 휴일을 마다 않고 학교로 왔다. 첫 쿼터(2달) 동안 배운 것을 세 시간에 훑어 볼 수 있는 데다 담당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들의 접근방식을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시경제학은 수리적인 접근을 중시하는 워튼스쿨의 전통을 맛보여주는 과목이었다. 필수과목으로 배정된 시간은 모두 1시간 30분짜리 강의 12번. 이 짧은 기간 동안 비즈니스맨으로서 숙달해야할 미시경제학의 중요 주제들을 다 다뤘다. 목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First and third degree price discrimination △Two part tariffs and bundling △Transfer pricing △Simultaneous move and sequential move △Prisoners; dilemma, price rigidity, price leadership and cartels △GAME theory △Expected value, risk aversion, pooling and market insurance △△Auctions △Value of information and moral hazard △Signaling and adverse selection △Externalities and common pool resource problems.

이를 위한 코스팩 (교수들의 강의노트 및 강독 자료집)이 5백 페이지, 강의용으로 짧게 줄인 교재(Microeconomics; By Robert S Pindyck, Danjel L. Rubinfeld)도 7백20쪽이나 됐다. 학부 때 경제원론책을 살 때 마다 수요 공급 곡선에서 항상 멈추던 나로서는 처음부터 질린 과목이 바로 미시경제학이었다.

그러나 11문제 중 8문제를 택해 2시간 안에 풀어야 하는 주관식 시험을 비교적 훌륭한 성적으로 마친(결과는 봐야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준비학기인 여름부터 촘촘한 그물처럼 짜여져 조금만 노력을 하면 일정한 실력을 기를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과정 자체가 신기하게까지 느껴질 따름이다. 기본은 1주 짜리 수학코스인 매스캠프(math camp)에서 시작됐다. 경제학은 물론 통계학 생산관리 재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초를 닦는다는 게 과목 목표였다. 3시간 짜리 다섯 번 강의는 그야말로 화살처럼 진행됐다.

△Relationships and functions △Powers △Exponential function △Logarithms △Compound interest △Geometric series △Continuous compound growth limit △Derivative △Maxima and Minima △Integration 등을 문제풀이 중심으로 배웠다. 소방호수로 쏟아 붇는 양 가운데 얼마를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는 철저히 자신에게 달렸다. 시험이라는 중압감 넘치는 이벤트가 이를 가능케 했다. 60점 이하는 재시험. 며칠 밤을 샌 사람들은 모두 90점 이상의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다.

시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매스캠프에서 다뤘던 개념들은 그대로 여름학기 기초과목인 미시경제학, 통계학, 회계학, 재무 과목 등에서 곧바로 반복되기 시작했다. 미시경제학의 경우는 "여러분이 매스캠프에서 배운 이 개념을 응용하면..."이란 말이 담당교수의 단골멘트였다. 여름 학기에 3주가 배정된 미시경제학 기초 강좌 때도 코스팩은 4백쪽이 넘었다. 수업 시작전 후에 실력평가가 각 한 차례 있었고 개인별 숙제도 두 번 냈다. 그러는 사이 미시경제학에서 다뤄야 할 수식과 수학적인 개념들은 어느 새 기초지식으로 체화돼 있었다.

가을학기 개강을 하고 진도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숙제는 세 차례 여섯 문제를 제출해야 했다. 숙제 하나 마다 많게는 네 다섯시간이 족히 걸리는 양이었다. 모든 숙제가 점수로 평가돼 성적에 들어가기 때문에 학생들은 스스로 연습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된다. 오죽하면 "숙제 좀 없으면 공부 좀 하겠는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일까. 그리고 개강 3주째에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고 12주를 마치면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이날 있었던 리뷰세션은 이런 숙달 훈련 과정의 백미인 셈이다.

이렇게 각 과목이 밀접한 연계를 갖고 있어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고 시험준비를 해 가는 사이 전혀 기초가 없던 사람들도 상당한 분석능력들을 체득하게 돼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교수들이 노력한 결과다. 교수들은 개인별 강의 준비 시간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과목간 연계성을 높이는데 투입하고 있다. 시스템자체를 두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전혀 별개인 것 같은 과목들이 일정한 궤도위에서 같이 움직이는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숙제가 많이 몰리는 주는 가벼운 주제를 택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세심한 배려도 느낄 수 있었다. 문제 하나를 뽑아도 실제 현장에서 접할 가능성이 있는 실용적인 것들로만 추렸다. 경제학과 출신들도 "왜 경제학이 필요하고 쓸모 있는 것인지 이제야 알겠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 바탕이 철저히 학생들의 피드백(feed back)을 통해 이뤄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각 코호트(cohort:65명 정도의 한 반)마다 한 명씩 있는 Academic Representative와 각 과목 마다 2명씩 있는 QC(Quality Circle)이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진도가 너무 늦다 아니면 반대로 너무 빠르다 혹은 이번 과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학생들로부터 들은 얘기들을 교수들에게 전달한다. 교수들과 적어도 매 주 한 차례 만나고 수시로 찾아가 강의방식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몇 년전 노트만 달랑 들고 왔다가는 당장 면박을 당하는 것은 물론 학기말에 학생들이 매기는 평가에서 아주 저조한 점수를 받게 된다. 심한 경우는 학교를 옮겨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미시경제학은 `비즈니스 머신`이 될 각오를 하고 입학한 예비 MBA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가장 많이 자극한 과목으로 꼽힐 수 있다. 경제현상의 대부분을 복잡하나마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내게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숙제에 포함된 문제 하나를 적어보기로 하자.

"A벤처캐피탈사는 두 가지 투자계획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첫째 새로운 철강제조기술에 1천달러를 투자한다. 이 경우 이 기술개발이 성공하면 4백달러가 남는다. A사는 이 기술개발이 성공할 확률이 80%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술개발이 실패하면 A사는 1백달러를 손해 보게 된다. 둘째, 가장 안정적인 미국정부 발행 국채를 사는 계획이다. 철강제조기술에 투자하는 기간과 똑 같이 이 채권에 투자하게 되면 6%의 수익이 보장돼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모든 경우의 투자기간은 1년이다. 요약하면 A사가 철강제조기술 개발에 투자할 경우 1년 뒤 성공하면 원금을 합해 1,4백달러가 남게 되고 실패하면 원금에서 1백달러가 빠져 9백달러가 남게 된다. 철강제조기술에 투자않고 국채를 사면 1천60달러가 남게된다.

1. A사가 위험 중립적(risk neutral)이라고 할 때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면 A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2. 철강기술에 관해 전지전능한 수퍼맨이 있다고 하자. 그가 철강제조신기술이 성공한다고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그가 실패한다고 예측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만약 A사가 수퍼맨을 컨설턴트로 고용해 그의 자문대로 투자할 경우 수퍼맨은 최대 얼마까지 A사에 컨설팅비로 청구할 수 있을까?"

해답)

1. A사는 위험중립적이기 때문에 기대수익을 계산해 높은 쪽을 선택하게 된다. 먼저 철강신기술에 투자할 경우는 기대수익은 3백달러이다. 4백달러가 될 확률이 80% 마이너스 1백달러가 될 확률이 20% 이기 때문이다. 수식은 (400*0.8)+(-100*0.2)=300로 표현될 수 있다. 미국 국채를 사면 60달러가 기대수익이다. 그러므로 기대수익이 높은 철강신기술에 투자하는게 상책이다.

2. 수퍼맨은 1백%의 확률로 경영자문을 하게 된다. 기술이 개발될 확률은 80% 실패할 확률은 20%다.(이건 수퍼맨이 건드릴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다). 수퍼맨이 기술이 개발가능한 것이니 투자하라고 자문하면 A사는 철강신기술에 투자키로 결정할 수 있다. 만약 기술이 실패할 것이 뻔하다면 수퍼맨은 미국 국채를 사라고 조언해 줄 것이다. 이 경우 기대 수익은 3백32달러가 된다. 수식은 (400*0.8) + (60*0.2)=332으로 쓸 수 있다. A사는 수퍼맨을 고용함으로써 32달러의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퍼맨의 경영자문료는 최대 32달러이다.


(출처) 한경닷컴 / 권영설 편집국 전문위원

* 권영설 위원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SPIM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를 하였습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전문위원 겸 가치혁신연구소장으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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